수십년 전, 자동차 안전 실험을 진행할 때 자동차 제조사들은 마네팅 대신에 실제 직원들을 실험 대상으로 투입시켰습니다. 한 때는 원숭이 같은 동물들을 실험했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죠. 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요즘 같이 고도화된 마네킹이나 분석 시스템이 나오기 전, 사람이 직접 군 무기와 시설들을 테스트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가장 극한 스피드와 파워를 요구하는 전투기 비상탈출 실험은 어떻게 이뤄졌을까요?  재미있게도 전투기 비상탈출 실험은 공중에서 이뤄지지 않고 지상 철로에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그럼, 미 공군이 전투기 비상탈출 실험을 하는 방법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약 16km 길이의 ‘홀로맨 고속 시험 트랙’ (HHSTT; Holloman High Speed Test Track)은 모의 시험을 포함한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사용되는 미 공군의 항공기 실험 시설입니다. 


이 시설은 미국 뉴멕시코 주의 홀로만 공군 기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제846시험비행중대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요. HHSTT는 세계에서 가장 긴 철로 트랙을 자랑하고 있죠. 이곳에선 각종 시나리오를 설정한 군 테스트가 진행되며 지상에서 전투기 비상탈출을 실험을 위해 초당 2.75km 또는 마하 8.6의 속도까지 빠르게 발사되는 모형 전투기에서도 실험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미 공군의 공식 잡지인 에어맨(Airman)의 최근 한 기사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HHSTT 시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운영된 활동들이 공개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전투기 비상탈출 실험이 가장 주목을 받았는데요. 참고로 HHSTT의 공식 미션은 “미 국방부를 포함하여 전 군이 고속 무기 또는 시스템을 가장 비용대비 효율적이고 현실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전투기 비상탈출 실험은 더 이상 사람이 직접 실험을 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상탈출 실험에 참가한 조종사는 미국의 존 폴 스탭(John Paul Stapp) 대령이었는데요. 1954년 12월 10일 HHSTT에서의 실험에서 스탭 대령은 모형 전투기로 트랙 위에서 5초만에 약 1,017km/h를 주파하여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스탭 대령은 기존의 기록보다 약 1.4초를 줄였는데요. 그는 실험에 참가한 후 두 눈이 피로 물들 정도로 충혈 되었으며, 다음날 정상 시력의 대부분을 잠시 되찾았지만, 그는 끝내 영원히 시력을 잃게 되는 불운에 처했습니다. 


오늘날 전투기 비상탈출 실험에 사용되는 ATD라는 실물크기의 첨단 마네킹은 신체 크기부터, 몸무게 그리고 몸의 구성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돌린다고 합니다. 또한, 마네킹 몸 부위별로 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수집하는데요.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과학자들이 테스트 결과를 평가할 수 있도록 정리되고 고속 영상으로 보완되어 실험 결과를 정밀 분석할 수 있습니다. 


홀로맨 공군기지의 제846시험비행중대 지휘관인 제이슨 뱁(Jason Vap) 중령에 따르면, 사람이 이 실험에 참가하게 된다면 여러 번의 사후 테스트를 거쳐야 하지만 ADT 첨단 마네킹으로 실험을 한다면 모든 데이터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들을 토대로 전투기의 좌석부터 헬멧, 비행기 장비 등이 디자인된다고 하죠. 


+ Recent posts